한가로운 주말, 토요일은 비가 와서 계획된 근교 여행을 포기했지만, 일요일은 날씨가 좋네요. 우리동네 축구팀을 보러 갑니다!
스타디오 로메오 안코네타니. 갈릴레오 스타디움이라고도 불리는 A.C. Pisa 1909의 홈구장.
인터넷으로 예매해둔 티켓을 교환 받았습니다. (교환 받으러 가는데 고생 좀 했습니다. 제가 이탈리아어를 잘 못해서;;;) 깔끔하니 괜찮죠?
우리동네니깐 특별히 유니폼을 구매하기로 합니다. 경기장 앞 아주머니네 트럭에서는 유니폼을 안판다고 해서, 물어 물어 '솔로 피사'라는 피사팀 전문 매장을 찾아갔습니다. 안타깝게도 정식 유니폼은 팔지 않습니다. Joma 유니폼 사고 싶었는데ㅠㅠ 유니폼 흉내를 낸 티셔츠를 하나 샀습니다. 언젠가 세리에 A로 올라갈때니깐, 그때 와서 다시 살래요.
제가 산 티켓은, Gradinata라고 세번째로 비싼 티켓입니다. 반대편에 보이는 그늘있는곳 아랫자리가 제일 비싸고, 그 윗자리가 그 다음, 그리고 제 자리입니다. 더 싼곳은 Curva Nord라고 해서 서포터들 가는 곳이예요. 햇빛이 엄청납니다. 조금 후회했어요.
상대편인 폰테데라팀은 벌써 몇몇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네요.
경기 한시간 전쯤인데, 아직은 한산합니다.
잠시 정신없이 셀카 삼매경.ㅋ
잠시 그늘로 대피합니다. 정말 이탈리아의 태양은 장난없어요.
읏샤읏샤.
선수들이 추가로 등장합니다.
우리 피사 1909팀도 입장~
어떤 아주머니한테 사진을 부탁했는데, 잘못 건드려서 흑백으로 찍어 주셨어요. 나름 분위기 있네요.
다시 찍었습니다. 나름 풀세트 입니다. 피사 패턴 레플리카 + 두꺼운 피사 패턴 머플러 + 여름 혹은 손목용 Forza Pisa 머플러. 나름 갖출건 다 갖췄네요.
아, 또 흑백!
기분 좋아요!
저 아주 인기스타 다됐습니다. 동양인이 피사팀 경기 보러온게 처음인가봐요. 하긴 어떤 동양인이 3부리그 보러 오겠어요. 세리에 A 보러가지. 하지만 전, 여기 사니깐, 사는곳을 응원할래요. 위 사진처럼 사진도 찍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는데, 지역신문 기자가 와서 인터뷰도 따 갔습니다. 카메라에 대고 Mi piace Pisa! Forza Pisa! 라고 외쳐줬네요. 이거 동영상 뜨면 대박일텐데, 혹시 발견하게 되면 링크 걸겠습니다ㅋㅋ
선수들은 몸을 풀고, 사람들은 입장하기 시작합니다.
몸 푸는거 보니 확실히 탄력이 다르더군요. 역시 인종의 차이 ㄷㄷㄷ
몸좀 풀다가 들어가더니, 선수 소개를 하네요.
드디어, 선수 입장~~
제가 있는곳도 거의 만석으로 가득 찼고(저 사람들 서있는곳은 좌석이 아님. 답답한 사람들이 앞에 나와서 손짓 발짓 하면서 응원중), 대강 봐도 5000명 정도는 왔겠더군요. 피사라는 동네의 특성상, 이정도면 엄청난 비율이 온겁니다.(천만 시민으로 상암 못채우는 그팀 보고 계신가요?) 여기 피사에서 뛰는 선수들이, 다 친구고, 친척이고 해서 굉장히 친숙하다고 합니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피사는 외국이니 많이 사는 동네가 아니다보니, 토착민(?)의 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어찌저찌 해서 한두다리 건너면 다 안대요ㅋㅋ 뭔가 세리에 A와는 다른 인기비결입니다.
정렬하더니, 자리를 바꿉니다.
서로 인사를 하고 경기를 시작합니다.
어느새 N석은 가득차고, 서포터즈도 달리기 시작합니다. 무슨 3부리그 서포터가 웬만한 K리그 중위권 서포터 만큼 왔어요. 이 좁은동네에서 이만큼 오다니ㄷㄷㄷ
보이시나요? 3부리그팀 서포터즈입니다... 경기장은 성남의 모란이나, 탄천경기장 느낌인데(조금 더 많이 낙후됨. 1909년도에 지어진 경기장.), 축구전용구장이라 그런지 시야가 좋고, 관중도... 훨신 많습니다. 이번에 성남, 시민구단으로 전환된거 축하드리고, 이렇게 많은 관중이 찾아줬으면 좋겠네요.
경기 장면.
서포팅!
근데 얘네들 응원을 길게 못해요. 뭔가 허약한 울트라스(?)
챠오 마르코~
앞에 서계시는 아저씨들은 경기를 굉장히 열정적으로 보시는 아저씨들입니다. 손짓 발짓 해가면서, 막 욕도 하시고, 소리도 팍팍 지르시고, 온갖 분노를 다 표현하십니다.(특히 저 민소매 아저씨 대박) 이런 아저씨들 넘어오지 말라고, 저 벽 위쪽에 가시가 촘촘히 박혀있어요. 사실 ㅄ같은 심판 판정으로 1점을 먼저 실점한 상황이라서 더 그랬습니다. 이날 주심이 좀 많이 이상했어요. 진짜 첫째골은 노골인데...(피사 1909 홈페이지에 기사도 뜸)
빡쳐있던 아저씨들에게 기쁨을 줍니다. 동점골!
하지만 금새 빡치시는 불꽃 이탈리안 아저씨들.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출입할때, 싸온 물통을 빼앗겨서ㅠ 음료수를 사러 갑니다.
콜라 한잔 구입. 경기장이라 그런지 비교적 가격이 있습니다. 2.5유로... 다음엔 저렴한 물이나, 에스프레소 먹어야 겠어요.
후반전 시작.
프리킥.
응원!
경기를 잠깐 보실까요?
다시 빡치는 홈팀팬들. 저도 슬슬 빡치더군요. 좀 정도가 심했습니다.
코너킥 상황.
경기가 끝났습니다. 1대1로 잘 가다가, 후반 추가시간에 폰테데라의 미칠듯한 프리킥 한방(한 40미터 정도 되는거리...ㄷㄷㄷ 분노하던 아저씨들도 멍...)에 무너집니다. 피사 1 : 2 폰테데라 패배. 피사 1909팀의 시즌 첫패입니다. 사실 이 경기 전까지 리그에서, 폰테데라가 1위 피사가 2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승점은 2점차였는데... 꼭 잡아야 되는 경기를 놓쳤습니다ㅠ 지금 4위까지 내려갔어요ㅠ 승격을 위해서 꼭 잡아야 하는 경기인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갈 준비를 합니다.
좀 늦게 나왔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네요.
집에 도착해서, 구입한 물품을 펼쳐봅니다. 레플리카(18유로, Solo Pisa서 구입), 머플러 두장(5유로, 1+1, 경기장 앞 아주머니에게서 구입). 총 23유로에 쇼핑 잘 했네요. 뮌헨 머플러 한장이 15유로인것을 감안하면, 아주아주 저렴합니다. 2주뒤에 또 갈껀데, 머플러 하나 더 장만할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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