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 생활기2013. 6. 14. 06:02

 

일요일에 카르푸에 장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장보러 가기전에 시내에서 파니니를 먹어보기로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재료가 있네요.

  

처음 먹어보는 이탈리아 파니니입니다. 맛은 그럭저럭 좋은데, 빵이 너무 두껍고 바게트 느낌이예요. 제 취향은 아니었음. 제 점수는 10점만점에 4점. 빵 종류를 납작한 빵으로도 할 수 있던데, 다음엔 그것을 시도해 봐야겠네요. 카르푸에 장을 보러갔는데, 비도오고, 짐도 많고 해서 사진이 없습니다. 사진찍을 여유가 전혀 없었어요. 암튼 일요일은 장보기로 끝!

 

월요일. 출근해야 합니다. 아침일찍 길을 나섭니다. 기숙사로 이사오고 나서, 제 출근길이 아주 아릅답습니다. 이 곳을 매일 아침 저녁마다 지나갑니다. 사탑하고 베프 먹겠어요.

 

까르푸에서 사온 일리 에스프레소 커피. 그땐 정신이 없어서 그냥 집어왔는데, 아차! 머신이 없지.. 또 다시 멘붕에 빠집니다.

 

결국 바로 그날 타먹는 커피를 사왔습니다. 네스카페 그랑 아로마. 하지만 향이 어디 일리 에스프레소만 할까요ㅠ 유일한 위안은 '그랑'이라는 말이 붙어있다는 것입니다.

 

아, 그리고 드디어 담배를 만들어주는 툴을 샀어요.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것이 그 툴입니다.

 

그 툴을 사용하면 이렇게 예쁘게 담배가 말립니다. 이 툴을 사용하는 방법은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흡연 조장 블로그가 되고 싶진 않거든요.

 

자, 이제 본격적인 생존에 들어갑니다. 요리를 해먹어야지 식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새로산 냄비에 파스타를 투척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조리를 합니다. 다시한번...

결과물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조리해본 파스타입니다. 맛이 어떻냐고요? 제가 여기 사는 다른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Suck! 진심으로, 온몸을 다해 XX XX 맛없습니다. 그냥 배채우려고 먹었습니다. 재료를 너무 단순하게 했나봅니다. 그리고 충격에 빠져 다음날은 요리를 건너뛰었습니다.

 

포스팅을 하는 오늘, 저는 생존을 위해 먼 길을 가야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려면 기숙사에서 와이파이가 되야 하거든요. 와이파이 쓰려면 Physical Code를 받아오랍니다. 오늘 아침에 한시간 반을 걸었네요. 길을 걷다가 재밌어보여서 찍어 봤습니다. 로마가 여기서 얼마나 먼데! 역시 '모든길은 로마로 통한다'가 사실이었나 봅니다.

 

미칠듯이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무슨 종합 쇼핑타운 같은 곳입니다. 이탈리아에도 이런곳이 있네요.

 

그런 쇼핑타운 한가운데, Physical Code를 발급해주는 정부기관이 떡하니 들어서 있습니다. 얘네들 근무시간도 웃긴데, 월화수목금 8:30 ~ 12:30 에 열고, 화,목 오후에 1시간 45분간 추가로 근무합니다. 저 1시간 45분이란 기준은 뭘까요. 이탈리아 공무원들은 진짜 신의 직장입니다. 한국 공무원은 아무것도 아니예요.(공무원 까는거 아닙니다.) 

 

도착 인증샷. 걸어다니는거에 익숙해져서 이젠 땀을 많이 안흘리는 방법도 익혔습니다.

 

안에 들어와 보니, 사람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네요. 여기서는 세금수납업무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한 30분정도 대기했네요. 세금 안내고 그돈으로 떵떵거리고 사는 몇몇 한국 탈세 부자님들, 세금좀 내세요. 

 

Physical Code를 발급받고, 여기에 거대 전자쇼핑센터가 있다는 말을 듣고 주변을 찾아봅니다. 오 미디어월드! 피사의 용산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피사의 가산디지털단지, 피사의 구로공구상가만 찾으면 되겠군요.

 

매장 내부는 그리 넓진 않지만 깨끗하고 쾌적합니다. 큰 가방은 따로 밀봉해서 가지고 들어가야 합니다.

 

귀여운 USB. 살짝 지름신이 왔다가, 참아봅니다. 저거 하나면 롤링타바코 일주일치 입니다. 결국 필요했던, 카메라용 SD카드를 하나 사서 나옵니다.

 

퇴근하고나서 요리를 다시 시도합니다. 지난번 요리의 패인은, 후라이팬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과 재료가 단조로웠다는 점입니다. 오른쪽 Pot으로 파스타를 익히고, 동시에 왼쪽에서 소스를 만들어봅니다. 소스 재료는 토마토소스+볼로네제소스+자른마늘 입니다. 열심히 볶습니다.

 

잘 익은 파스타를 넣고 잘 볶아줍니다. 쉐낏쉐낏.

 

냄새가 그럴싸 합니다. 하지만 양이 좀 적네요. 양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맛은... 예전보다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네요. 갈길이 멉니다.

 

잠시 방으로 돌아와서, 제가 좋아하는 아침용 빵들을 찍어봅니다. 이녀석들은 가격도 싸고, 아침에 먹기에 부담도 안되고 간편하고 너무 좋습니다. 보통 6~10개 들이에 2유로를 넘지 않습니다. 이제 후식커피 한잔 해볼까요?

 

다행스럽게도 모카포트를 선물받았습니다. 일리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부 뚜껑을 제거하니 커피향이 제대로 올라옵니다. 오... 스멜... 향이 작살입니다.

 

준비완료! 커피를 뽑아봅시다. 핫플레이트에 올려놓고 커피를 뽑으니 꽤나 귀엽네요.

 

결과물입니다. 커피가 슝슝 추출되서 나왔고, 오늘 사온 에스프레소 잔은 첫 커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가에서 커피한잔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 해봅니다. 사실 물의 양을 조절하지 못해서 제대로된 진한 에스프레소가 되지는 못했지만(대강 아메리카노에 투샷 추가 정도), 향과 맛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이렇게 점점 된장남이 되어갑니다. 아무도 경험 못해봤을껄요? 파이프오르간 소리, 이탈리아의 저녁노을과 함께 에스프레소 한잔.

Posted by 알파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