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6/8 이사, 그리고 스텔라 할머니 생일잔치
정들었던 B&B Tieni Il Tempo를 떠나야 하는 날입니다. 퇴근하고 나니 착한 아저씨가 와인을 권하네요. 직접 담근 로제와인이랍니다. 라이언에어에서 일을 하시면서 시에나에서 와인생산을 하신다고 합니다. 여기 은근히 투잡 뛰는 사람이 많네요.
와인 색이 상당히 곱습니다. 조금 덜 숙성된 상태에서 미리 따는거라 맛이 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제가 느끼기로는 향도 괜찮고 맛도 상큼하니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내일은 정말 맛있는 레드와인을 맛보게 해준다고 하네요. 브라보~
와인을 한잔 하고 나서, 배고프다고 피자먹으러 가자네요. 남아있는 사람들것까지 사와야 해서 차(차도 현대! 멋쟁이 아저씨!)를 타고 피제리아로 향합니다. La Scaletta!
피자를 만드시는 피자 장인. 사진찍는걸 싫어하셔서 몰래 찍었습니다. 저를 위한 토스카나 스페셜 피자를 만들어준다고 하네요. 근데 이아저씨 출신은 나폴리ㅋㅋ
가게 내부의 모습. 아기자기하고 이쁘게 잘 해놓았습니다. 연인들이 오기에 좋을것 같네요. 가격도 비싸지 않구요.
포장해온 피자를 꺼내봅니다. 아까 그 피자장인과는 인상이 많이 다릅니다. 아까 그분은 굉장히 험상궂게 생겼는데, 여긴 왠 할아버지가 꽃미소 날리고 있네요. 유일한 공통점은 배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살라미와 버섯이 올라간 토스카나 피자. 굉장히 맛있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천상의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제 점수는요... 10점만점에 8점 드리죠.
이제 방에 올라와서 짐을 쌉니다. 짐이 많다보니 정리하는데 꽤 힘들었네요.
짐을 정리해 놓고 나서, 정원에 나와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저 불들은 모기를 쫒기위해 모기약 섞은 알코올을 태우는거라고 하네요. 운치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침을 먹고나서 마당에 나와보니 귀요미 셋이서 저러고 있습니다. 과티에로와 아리엘은 아침을 쳐묵쳐묵하는데, 꼬맹이는 뒤에서 자꾸 귀찮게 굽니다. 오늘 저녁은 친하게 지내던 스텔라 할머니의 생일잔치가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초대를 받았네요. 이사를 하고나서 저녁에 다시오기로 하고, 짐을 꾸려 나갑니다.
새로운 기숙사 College Toniolo의 제 방입니다. 한달에 290 EUR라는 저렴한 가격의 방인데, 꼭대기 층이라 짐 옮기다 팔 빠지는줄 알았습니다. 방안에 작은 세면대가 있고, 화장실, 샤워실은 외부에 공용으로 사용합니다. 좋은점은 창문을 열면 성당의 종이 보이고, 일정시간마다 종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네요. 바로 앞이 성당이라,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찬양소리도 자주 들립니다.
짐을 풀고 기숙사 여기저기를 돌아다닙니다. 이 아저씨는 쥐세페 토니올로라는 아저씨로 College Toniolo를 만드신 분입니다. 감사인사를 잠시 하고 더 돌아다녀 봅니다.
College Toniolo는 카톨릭 시설이라 여기저기에 성모마리아상과 종교관련 시설이 많이 보입니다. 복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분위기에 압도됩니다. 역시 유럽의 카톨릭은 대단합니다.
생일잔치에 빈손으로 갈 수는 없죠. 선물을 사러 밖에 나와봅니다. 여기저기 장이 섰네요.
피사의 거의 모든 골목에 이렇게 장이 섰습니다. 신기한 물건, 귀여운물건들이 잔뜩 있네요. 특히 마음에 드는가게가 있어, 다음에 다시오기로 하고 명함을 받아봅니다. 한번 구경해보세요. 예쁘고 귀여운 것들이 잔뜩 있습니다.
http://rossocoralloart.blogspot.it/
할머니 선물을 사고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운좋게도 케밥집에서 학생전용 가격으로 케밥에 스프라이트(5 EUR)를 먹었네요. 케밥은 저렴하면서 맛있는 최고의 음식입니다.
집에와서 구입한 물건을 살펴봅니다. 담배가게에서 구입한 롤링타바코. 확실히 저렴하더군요. 금연은 점점 멀어집니다. 잠깐 변명을 하자면, 이탈리아 애들이 하도 담배를 많이 펴대서 끊기가 매우 힘듭니다. 이탈리아 애들하고 친해지고 싶다구요? 담배를 피세요.
스텔라 할머니 선물로 산 스카프. 나름 마데 인 이태리에 고급 원단을 써서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시장이라서 그나마 싸게 샀지, 매장에서 샀으면 지출이 클뻔했네요.
시장에서 산 물건이라, 포장이 따로 없어 제가 가지고 있는 정관장(..) 포장지를 뜯어서 직접 포장을 해 보았습니다. 몇번 시행착오끝에 성공! 스텔라 할머니가 마음에 들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여기는 정기적으로 외부의 상인들이 들어와 시장을 연다고 하는데, 제가 산것은 피렌체에서 건너온 스카프 입니다. 한국 시장표 물건이라고 오해하면 안됩니다. 이탈리아의 시장은 좋은 물건 많아요~
포장을 성공리에 마치고 기분이 좋아서 한대 피워볼까 하고 롤링타바코를 직접 말아봅니다. 결과는 Fail... 담배 같지도 않은 담배가 되었습니다. 태우다 만 담배를 두고 잠시 고뇌에 빠져봅니다.
어쨌든 생일파티장에 가 봅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이야기 꽃이 피었네요. 여기서 운좋게도 한양대 로스쿨 교수님이신 박찬운 교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하루 잠깐 묶어가신다고 하시는데 좋은날에 오셨네요. 좋은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연구년으로 스웨덴에 계신다고 하셨는데, 이틀 숙박 책임지시겠다는 말씀 기억합니다~ 교수님 귀국하시기 전에 스웨덴 한번 방문하겠습니다. 스웨덴 여자가 그렇게 이쁘다던데, 북유럽의 위엄 하앍.
메인요리인 고기를 굽기위해 솔방울을 태웁니다. 얘네들은 특이하게, 솔방울을 태워서 아래 깔고, 그 위에 숯을 얹더군요. 솔방울이 정말 큽니다. 어른 주먹만해요.
여기저기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뒤의 아저씨는 고기굽느라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하앍! 고기! 소화잘되는 고기! 내놔!
고기와 소시지가 동시에 구워지고 있습니다. 고기는 이탈리아어로 카르네 입니다. 카네는 개라는 뜻이구요. 여기서 카네 먹고싶다고 하면 큰일납니다. 물론 저는 카르네 카네 좋아하지만요.
기분좋아서 셀카 한벙 찍습니다. 피부가 점점 좋아지고 있네요.
나의 사랑 아리엘. 몰래 구석에서 꾹꾹이를 하고있습니다. 저를 알아보고 아이컨택을 시도하네요. 귀요미ㅋ
여기저기서 웃고 떠드는 동안, 샐러드류의 음식이 준비됩니다. 아이와 놀아주는 스텔라 할머니.
첫 시식입니다. 감자 으깬것과, 소시지, 그리고 폭립입니다. 맛이 아주 끝내줍니다. 소시지는 간이 잘 배어서 짭조름하며 고소하고, 폭립은 한국서 먹던것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한국서 먹은 폭립은 고기도 별로 안붙고 귀찮기만 한데, 이건 고기가 썰립니다. 그리고 육즙이 살아있습니다. 슬슬 음악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맛있는 식사와 함께 여기저기서 담소를 나누고 있군요. 보기 좋습니다.
여기서 음식서빙은 셀프 서비스로 진행되었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응?!
아까 뭔가 고기가 준비되었다고 했는데, 이거였군요! 피렌체 스테이크. 말로만 듣던 피렌체 스테이크입니다. 이걸 본 순간,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 질질 흐르기 시작합니다.
낼름 썰어와서 한입 먹어봅니다. Sanctus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삼중창 아니 백중창으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태어나서 이런고기는 처음 먹어봤네요. 바베큐를 해서 숯향이 적절히 잘 배어있고, 고기는 부위별로 그 부드러움이 서로 달라 다채로우며, 하나같이 풍부한 육즙과 그 향미, 그리고 적당히 배어있는 소금간, 입안에서 씹히는 그 식감... 글 쓰는 지금도 침 질질 새고 있습니다.
스텔라 할머니가 아주 이뻐하는 강아지 켈리. 이녀석은 저만보면 짖어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슬픈 이야기가 있더군요. 이 아이는 남자들에게 학대받고 버림받은 유기견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남자든 가까히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나마 제가 노력해서 쓰담쓰담까지는 할 수 있었지만, 제 무릎위는 한번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켈리야, 오해해서 미안ㅠ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가고, 아참 저 뒤에 미소짓고 있는 예쁜 아가씨가 스텔라 할머니 딸입니다. 저에게 롤링타바코 툴이 있다는 아주 고급정보를 알려준 은인입니다. 고마워요~
고기가 넘칩니다. 심지어 남았습니다. 역시 서양인은 스케일이 크네요. 하앍 고기! 하앍 고기! 역시 세상에서 고기가 제일 맛있습니다. 아... 사진 보니 포스팅 못해먹겠네요. 글이 안써지고 자꾸 사진으로 눈이 갑니다ㅠ
고기랑 같이 마신 D.O.C 등급의 고급 레드와인입니다. 어제 말한 그 레드와인이 바로 이녀석입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제가 와인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확실히 예전에 먹어본 레드와인들과는 맛이 다릅니다. 좀더 묵직하고 향이 입안에서 샤아~ 하면서 퍼지는 느낌이랄까요? 여기서 잠시 이탈리아 와인에 대해 알려드리자면, 이탈리아 와인은 최고등급인 D.O.C.G 부터 차례대로 D.O.C->IGT->VDT로 등급이 분류됩니다. D.O.C 등급이면 굉장히 좋은 등급의 와인입니다. 운좋게 이런걸 맛보게 되네요.
고기를 배터지게 먹고나서 또 디저트가 나옵니다. 치즈케잌과 수제 초콜릿. 초콜릿은 영국에서 건너온 친구가 만든거라는데, 아주 맛있습니다. 쌀과 기타 여러가지 잡곡을 설탕과 함께 튀겨서 수제 초콜릿과 결합시킵니다. 그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치즈케잌은 그냥 치즈케잌과 딸기 무스가 발려진 치즈케잌이 있었는데, 도저히 다 못먹을것 같아 그냥 치즈케잌만 먹었습니다. 마이쪙.
해가지고, 점점 파티 분위기가 삽니다. 분위기 있죠?
아침에 보았던 귀요미 꼬마어린이를 사진에 담아봅니다. 개구장이 같은 미소를 짓고 있네요.
밤은 늦었고, 더 늦게 돌아가면 위험할것 같아 이제 슬슬 떠날 준비를 합니다. 피사는 치안이 좋은 도시축에 속하지만, 밤늦게 혼자다니면 위험하거든요. 실제로 어떤 흑형에게 털릴뻔 했습니다. 흑형은 무시무시 하더군요. 갑자기 뒤에서 전속력으로 뛰어와 위협을 하면서 가까이 오더니, 제가 덩치가 좀 있고 남자라는것을 확인하고 다시 전속력으로 뛰어갑니다. 이런 육상의 민족 같으니라고.
매우 좋은 파티에 초대받아서, 매우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하고, 매우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스텔라 할머니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