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 생활기

6/5~6/6 연구실, 라자냐, 카밀로

알파노이드 2013. 6. 14. 03:43

 

연구하러 왔으니 연구 관련 얘기부터 하고 시작하지요. 위 저널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IEEE Transactions on Automatic Control 1982년 2월호입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논문을 제출하고 리뷰하고 리바이스 하고 치열하게 연구했던 선배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지금은 대가라고 불리우는 분도 몇분 계십니다. 

 

연구소의 휴게실에서 가끔 사람들과 수다를 떨거나 점심을 먹는데, 전망이 아주 죽여줍니다. 뭐 이런곳이 있나요. 창문을 열면, 피사의 두오모, 사탑이 눈에 들어옵니다.

 

신나는 언어교육시간, 같이 일을 하게된 Kamilo(콜롬비아), Saber(이란) 과 함께 언어를 뽐내봅니다. 카밀로가 한자로 중국을 쓰면서, '나 중국안다~' 라고 해서, 제가 한글과 일본어를, 자베르는 아랍어를, 카밀로는 추가로 콜롬비아어(?)를 적습니다. 참고로 콜롬비아는 스페인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퇴근길에, 이탈리아의 대형마트(?)인 PAM에서 라자냐를 득템했습니다. OFFERTA가 보이시나요? 특정기간동안 할인을 해서 팝니다. 3.99 EUR에 즉석 라자냐 득템. 할아버지가 살인미소를 날리며 "쳐먹어 이 빌어먹을놈아"라고 얘기하는것 같습니다.

(여기는 욕쟁이할머니 그런거 없습니다. 혹시나 그런거 하면, 바로 은팔지를 득템할듯 합니다.)

 

다음날 점심, 조리가 된 라자냐의 모습. 뭔가 생긴게 허접합니다. 볼로네제 베이스의 라자냐인데,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냉동의 냄새가 너무 났습니다. 마치, 편의점서 고향만두 뎁혀먹는 듯한 느낌? 갑자기 만두 먹고싶어지네요. 여기는 만두가 귀합니다.(라비올리 비싸요.) 아침용 크라상과 함께 흡입합니다.

 

오늘 카밀로네 연구실 석사졸업 디펜스를 같이 봐주기로 해서, 늦게까지 남았습니다. 빈둥빈둥하고 있는데 누군가 휴게실로 오라네요. 충격적인 모습! 저는 이탈리아에는 배달피자가 없을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잘만드는 피자를 왜 널리고 널린 피제리아가서 먹질 않고 시켜먹을까요. 역시 귀차니즘은 전세계를 덮고 있습니다. 위아더월드!

 

이탈리아인을 포함한 서양인은 위가 상당히 큽니다. 보통 저거 혼자서 다먹어요. 저보고 맛좀 보라고 한조각씩 줍니다. 배달피자도 먹을만 하네요.

 

갑자기 엄청난게 튀어나옵니다. 하이네켄 케그? 위엄 쩝니다. 이게 연구실 냉장고에서 갑툭튀합니다. 능숙하게 맥주를 뽑는 모습. 물론 저도 한잔 얻어먹었습니다.

 

한잔하고 돌아오니 이미 발표는 시작됐습니다. 지도하는 분들이 다 멀리 떨어져있어, 저렇게 화상으로 진행을 하더군요. 슬라이드에 보이는 것은 한국에서 만든 서보모터입니다. 카밀로네 연구실은 한국기업 오토닉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한국어도 해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나이 많은데, 꽤나 귀엽습니다.

 

점심때 같이 식사를 하면서 해외여행 얘기가 나왔는데, 카밀로네 나라인 콜롬비아는 대부분의 나라에 나라에 입국할때 무조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한국은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왜냐고 물으니, 맞춰보라고 하네요. 혹시, 한국전쟁과 관련있냐고 물으니 맞답니다.

6.25 전쟁때, 중남미 국가중에 유일하게 파병한 나라가 바로 콜롬비아 입니다. 2천톤급의 프리깃함 1척과, 5300여명의 젊은이들이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태평양을 건너왔고, 그중 213명이 전사하고 567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마침 현충일이길래, 많은사람들께 알려야 되겠다 하고 바로 투샷을 요청합니다. 기분좋게 찍어주네요. 애국심이 넘치는 하루입니다. 이 포스트를 보시는 분들도,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바친 외국인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