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 생활기

5/31 피사에서의 첫날

알파노이드 2013. 6. 1. 06:43

 

면세점에서 큰맘먹고 지른 미러리스 NEX-5R. 앞으로 포스팅할 대부분의 사진은 이녀석으로 촬영할 계획이다. 사진 수준이 좀 좋아져야 할텐데.

출발전 NEX-5R의 핵심 기능인 셀카 기능. 이때는 몰랐는데, 사진 옮기고 나니 치명적인 단점이 발견되었다. 액정을 보고 사진을 찍으니 시선이 다 딴데 가있다ㅋㅋㅋ

숙소 앞 전경. 시골같다. 오늘의 일정은 연구실 방문->체류허가증 신청->휴대폰 개통이다.

조금 걸어나오면 큰 도로가 보인다. 차들이 다 옆으로 누웠다. 역시 사탑의 도시.

연구소 쪽으로 걷다보니 피렌체 두오모가 멀리 보인다. 피사의 사탑을 보면서 출근하겠지라는 기대를 했었는데, 앞으로 일주일은 더 참아야 할듯 하다. 기숙사에 들어가면 출근하면서 피사의 사탑은 실컷 볼듯.

길을 물어물어 피사대학 공학동에 도착했다. 길 안내해주던 청년 너무 친절했다. 이탈리아에 대한 첫느낌은 호감 그자체. 사람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친절하다. 신기해서 그런가.

연구소 내부를 찍고 싶었지만 첫날부터 사진질 하면 좀 그럴것 같아서, 공학동 정문셀카로 아쉬움을 달래고, 그냥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나왔다. 오기전까지 많은 도움을 준 Laura, 그리고 Giorgio가 연구소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었다.

나중에 따로 포스팅 할 계획이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내가 연구할 Variable Stiffness Actuator가 한 4~5종류 있었고, VSA-Cube는 7월에 판매예정, 로봇핸드쪽도 디자인을 보니 아주 기발했다. 최신 로봇핸드는 정비중이라서 정확히 볼수는 없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로봇핸드도 눈팅. VSA도 신버전 개발중인것 디자인 살짝 보고, 공개되지 않은 기구도 소개해줬다. 이 공개되지 않은 기구는 사실 내가 여기와서 디자인하려고 했던건데, 이미 만들어져있다. 이쪽 연구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다 비슷비슷한가보다. 암튼 조금더 디자인해서 붙이면 재밌는 실험 가능할듯.

그외 KUKA 로봇암, 상당히 고성능으로 보이는 햅틱장비, BioMechanics를 위한 더미 등 좋은 기구들이 많이 보였고, 학부생들이 방 하나를 차지하고 뭔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업인지, 아니면 대학원진학을 준비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보기 좋아보였다.

내가 7개월간 머물게 될 Centro E. Piaggio는 공학동 4층을 전부 차지하고 사용하고 있었다.(캐부럽) 연구실이 세부분야별로 한 5~6개 되는것 같았고, 연구소 전담 행정직원실도 있고(행정직원이 4명ㄷㄷ), 커피룸도 있고, 통유리로 된 미팅(상담)룸도 있었다. 우리 연구실도 앞으로 저렇게 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아쉽게도 Antonio Bicchi 교수님은 뵙지 못했다. 장비 대여계약문제로 룩.룩.룩셈부르크에 출장중이시고 다음주에 오신단다.

하지만, 같이 연구할 연구원들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선물도 줄 수 있었다. 상당한 양의 홍삼캔디를 선물했는데, 주면서 "니들 입맛엔 안맞겠지만 남자한테 좋은거야 그러니 그냥 아닥하고 먹어" 라고 하니깐 먹으면서 좋아한다. 역시 정력에 좋다면 닥치고 먹는건 세계 어딜가나 똑같다. 홍삼캔디로 위아더월드.

자, 이제 연구소를 나서서 체류허가증을 신청하러 갈 차례이다. 이탈리아의 체류허가증은 우체국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연구소와 거리가 좀 먼곳에 있었다. 그래서 피사도 구경할겸 좀 걸었다. 아르노강 보고 싶어서 일부러 강가쪽으로 나와서 조금 돌아서 갔다.

강가를 걷다보니 강건너에 신박한 건물(구조물?) 발견,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론가, 아니면 쩌는 길막인가.

강가를 걷다가 이 동상이 보이면 중심가인 Corso Italia에 도착한 것이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사탑방면, 우회전하면 피사역 방면이다. 

우회전하면 바로 다리가 있는데, 이 위치에서 보이는 경관이 아주 예쁘다. 놓치지 않고 바로 사진으로 담았다. 옆에 백누님들이 사진기 조작을 못해서 고생하는데 도와주려다 말았다.

자, 중심가로 ㄱㄱ싱. 이 거리는 피사에서 연인들이 데이트장소로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Grioli의 증언). 즉, 나에게는 필요없는 거리이지만, 온갖 상점이 모여 있어서 이용할 수밖에 없다.

평일 낮시간이다보니, 연인들은 별로 없고 아주머니들 그리고 대학생들이 많이 있다. 중심가 치고는 그리 폭이 넓지 않은데, 예전에 갔었던 하라주쿠 생각이 잠깐 들었다.

자전거를 타는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가게들. 뭔가 도시 자체가 고층건물도 없고 아담하고 소박한게 아주 마음에 든다. 어쨌든 우체국에 도착하였고, 번호표를 뽑았다. 이탈리아 우체국은 번호표 뽑는게 다양해서 이탈리아어를 모르면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 어떤 친절한 아저씨의 도움으로 용도에 맞는 번호표를 뽑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웬 늙은 할머니의 창구 묶어놓기(30분) 스킬을 제대로 당해 생각보다 너무 시간이 지체되었고, 신청서를 혼자 쓸수 없다고 생각하여 연구소로 돌아가 행정직원에게 물어보기로 하고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Giorgio가 추천해준 피사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는 피제리아. 가격도 저렴하면서 아주 맛있다고 추천했다. 우체국 근처 골목을 뒤지면 발견할 수 있다. Le Scuderie.

화덕피자를 만들고 있는 피자장인. 수원 구쁘다 피자가 생각이 났다.

내가 주문한것은 이탈리아 피자의 기본, 마르게리타(6.5 Euro + 생수 1 Euro) 이다. 이탈리아 도착후 첫 레스토랑식(?)이고, 추천을 받아 간곳이기 때문에 기대기대 하면서 한입을 딱 먹는 순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혀끝에서부터 대뇌의 전두엽까지 전해진다. 정말 식사 내내 이 음악이 머리속에서 재생되었다. 구라 아니다. 그냥 믿어라.

우리 연구실의 누군가가 이 포스트를 본다면 아직도 구쁘다피자를 세계최고의 피자라고 생각하는 매튜에게 전해주길 바란다. 진짜는 이탈리아 피사에 있다고.

담백하고, 간이 잘 배었으며, 식재료의 조합도 놀랍다. 도우 끝까지 버림없이 밸런스를 잘 잡았고, 피자 위에 곁들어진 바질은 마르게리타의 부족한 식감을 완벽하게 커버한다.

그런 맛인데, 저렴하면서 양도 많다. Le Scuderie는 피사에서의 내 첫 단골맛집으로 선정되었다. 메뉴가 정말 많던데, 몇개나 먹어볼 수 있을까. 참고로 이탈리아에는 피제리아가 정말 많다. 다른지방은 모르겠지만 피사는 거의 한국 편의점 수준으로 있다. 다른 피제리아도 가봐야 하는데...

그냥 연구소로 돌아가자니 뭔가 억울해서, 약간 돌아가면서 관광을 하기로 했다. 지나가면서 찍은 괴상한 건축물(?)

관광의 목적지는 피사의 사탑. 레알 기울어져 있다. 그것도 꽤나. 가까이서 보면 그 기울기가 더 잘 느껴진다.

혼자가서(ㅠ) 남들 다 찍는다는 장풍사진 못찍고 혼자 셀카. 관광지에서는 외국인, 심지어 한국인한테도 소지품 함부로 맡겨선 안된다고 한다. 들고 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

장풍쏘고 있는 백형, 백누님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장풍을 쏘는데, 저러다 피사의 사탑 똑바로 스겠다.

왼쪽의 두오모(피렌체 두오모 아니다)와 피사의 사탑을 한장에 담아보았다. 의도치않게 심상치않은 포스를 보이고 계신 장풍 아지매도 담겼다.

좋은 포인트인것 같아서 나도 셀카 한방.

세례당이다. 저런데서 세례 해주면 카톨릭을 종교로서 가지는것도 괜찮을것 같은데..

사탑은 그냥 신기했고, 두오모는 정말 예뻤다. 많이 걷다보니 귀찮아서 내부는 안봄. 뭐 시간날때 와봐야지.

피사의 사탑, 두오모 X까! 쿨하게 잔디서 꿀잠중인 백누님들.

사실 여기가 피사의 사탑 보러가는 정문(?) 난 쪽문으로 들어옴.

이탈리아의 맥도날드. 이탈리아의 맥도날드 현지화 메뉴는 파스타이다.(TV에서 광고하고 있다) 별로 먹어보고 싶지 않다. 

연구소에 도착해서 서류를 준비하고 다시 우체국으로 돌아왔다. 우체국을 들어서려는데 뭔가 익숙한 문구가 보인다. ULTRAS, FORZA... 아 맞다 내가 울트라스의 원산지에 왔구나. 피사는 피사의 사탑주변을 제외하면 공공시설에 낙서가 꽤 많은편이다. 실제로 동상에도 낙서가 은근 많이 되어있다. 한국인이 거의 안살고(현재까지 내가 파악된 한국인 숫자 2명), 한국사람들이 피사보단 피렌체를 더 좋아하다보니 한글낙서가 없어서 보기 좋다. 암튼, 피사의 사탑주변은 밤새서 우주방어 하는듯.(늦은밤~새벽 젊은이들과 나이먹은 경비원들의 대결이 그려진다.)

낙서를 하건말건 우체국에서는 밀란의 우승기념 우표를 팔고있다. 이탈리아인의 축구사랑은 정말 유별난듯. 좋은나라야.

자, 이제 집에가야지. 숙소로 돌아가다가 본 이탈리아의 영웅 가리발디의 동상.

광장이 보인다. 오른쪽 건물이 아주 예쁘다.

가까이서 찍어보았다. 이거 연구소라는데 뭐이리 멋있어. 이거랑 붙으려면 청암학술정보관 정도는 되야 할듯.

로마시대의 대표적인 건축양식 아치. 도시 곳곳에 아치형 건축물이 많이 있다.

지나가다가 가정집에서 자라난 꽃을 보고 한컷. 뭔꽃이냐 이게. 식물은 봐도 모르겠어. 

지나가다가 본 신박한 미용실. 헤어스타일 봐라ㅋㅋ 나도한번 해볼까? "이거 사진찍어도 되요?"라고 묻고 사진 찍었는데, 나보고 들어오란다. 머리 해준다고ㅋㅋ 난 "나 여기 사니깐 담에 다시올께요" 하고 낼름 도망. 평범한 머리라고 해도 뒷통수에 저거 해놓을까봐 못가겠다. 나 연구소서 쫒겨나고 강제 귀국조취될듯.

오늘 저녁, 내일 아침으로 먹을것. 여기는 편의점도 없고 마트도 별로 없다. 좀 먼 거리를 가서 고작 이거랑 제로콜라 페트 하나 사왔다. 다해서 8유로 조금 넘게 줌. 저 햄버거 생각보다 맛있다. 도넛 맛없다. 내일 누텔라랑 남은 빵 먹어봐야지. 악마의 누텔라 삼종세트 기대된다. 다음 포스팅에 꼭 올리겠음.

같이 산 아이스크림. 평범하다. 젤라테리아 가서 1유로 더주고 젤라또 먹을껄.

프랑스 담배(좌), 이탈리아 담배(우). 프랑스 환승할때 편의점서 샀는데, 이탈리아 가면 비싸다며!!! 좌측의 필립모리스는 프랑스서 6.5 EUR, 이탈리아서 4 EUR대 초반에 구할수 있으며. 새로 산 윈스턴이라는 담배는 4.3 EUR에 Tabacchi에서 구입. 생각보다 싸서 걱정이다. 희망적인것은, 흡연량이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암튼 돌아가기전에 끊어야지.

오늘의 수확, 6/18에 체류허가증 찾으면 되고, WIND는 내일 개통된다고 한다. 통화료가 아깝지 않은 사람은 전화걸어라. +39-388-5853595. 현지 연락용이다. 한국과의 연락은 와이파이를 통해서~

글쓰다보니 어느새 12시가 다되간다. 한국은 지금시간으로 아침 7시 즈음인데. 슬슬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