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피사의 아침은 평화롭습니다. 아침은 역시 커담입니다. 한국이었으면 된장남 소리를 들었을법도 한 에스프레스+담배, 여기서는 일상입니다.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내가족, 이웃까지도 병들게 합니다. 나도 알아! 나쁘다는거... 그래도 인생의 유일한 낙 중 하나인데... 곧 생활비 문제로 끊을거지만...(말아피는 담배가 싸다는 고급정보를 들어서 어떻게 될지 솔직히 모르겠네요...) 어쩌다보니 고양이에게 당한 상처가 노출, 물고 할퀴고... 고양이는 요물입니다. 귀욤귀욤한데 발톱은 날카롭죠.
저를 덮친 녀석이 바로 이녀석입니다. 요염한 자세로 자고 있네요. 더 친해지고 싶은데 한번 털린 경험이 있어서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짝사랑(?) 같은 존재입니다.
거북이가 거북거북하게 지나가고 있네요. Tieni Il Tempo에는 고슴도치도 한마리 있는데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북이 본것만 해도 어디예요.
와, 오늘아침은 추가로 페스트리 빵이 나왔습니다. 하나만 골라 먹었는데 무엇을 먹었을까요?
아침을 먹고 햇살을 만끽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이녀석이 찾아옵니다. 고양이 '아리엘', 저를 짝사랑 하는 존재입니다. 고양이들이랑 셋이서 삼각관계로 아주 러브러브하게 보내고 있어요. 이녀석이 올라와서 맨날 꾹꾹이(?)를 하는데, 발톱을 안짤라줘서 그런지 꽤 아픕니다. 그래서 조금 쓰담쓰담 해주다 내려놓곤 해요. 한국에서는 보통 고양이 발톱을 다 손질해주는데, 어찌보면 이게 고양이한테 더 좋은것 같기도 하네요.
일요일이라 아침내내 뒹굴뒹굴 하다가 잠깐 밖에 점심먹으러 나와봅니다. 피자는 벌써 질려가니 오늘은 케밥을 먹어보기로 해요. 케밥드라이버 매의눈 ㄷㄷㄷ. 안사먹으면 케밥을 만들어버릴 기세입니다.
푸근한 인상의 케밥아저씨. 파니니 케밥(3.5 EUR)을 주문하고 신기한게 있어서 쳐다보니 각 나라의 화폐가 붙어있네요. 아! 한국돈도 있습니다. 반가워서 "사진찍어도 돼요?" 라고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해주는 케밥아저씨. 감사한 마음에 낼름 카메라 꺼내서 담아봅니다.
케밥은 쿨하게 테이크아웃. 집에 1.5리터짜리 코카콜라가 있거든요. 낼름 싸들고가서 콜라랑 같이 흡수합니다. 오랜만에 고기다운 고기가 들어가니 입안에서 잔치가 벌어집니다. 평소에는 으르렁거리던 강아지 '켈리'도 귀신같이 고기냄새를 맡고 다가와 아양을 부립니다. 기분이 좋아서 고기를 살짝 잘라주니 맛있게 먹네요.
저녁은 마트에서 사온 햄버거(2.8 EUR)를 하나 뎁혀먹고 끝냅니다. 사실 저 케밥이 양이 꽤 됩니다. 은근 케밥 자주먹게될것 같네요. 생각해보면 전 어릴때 케밥이 케챱+밥 인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케밥은 근처에도 안갔었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야 케밥이 케챱+밥이 아니란걸 알게 되었죠. 어른이 되면 될수록 순수함을 잃어가는것 같아 살짝 슬퍼지네요.
순수하지 않은 나쁜 어른은 다음날 첫 출근을 위해 조금 일찍 잠이 듭니다.
이게 뭐냐구요? 월요일 첫 출근부터 결정된 세미나 일정입니다. Bicchi교수님은 인상이 참 좋으시고 성격도 좋으신것 같은데, 대뜸 내일 세미나가 가능하겠냐고 물어보시네요. 역시 [거부할수 없는 제안]의 나라 이탈리아입니다. (대부 꼭 보세요. 두번 보세요.) 아침에 정신없이 Abstract랑 Biography 만들어주고. 순식간에 연구소 게시판에 게시됩니다. 그리고, 홈페이지에도 게시됩니다. 이제 얄짤없이 내일 발표해야합니다...
근데 자세히 보니, 분명 행정직원에게 박사과정 학생이라고 알려줬는데, 뭔가 박사 처럼 표시해 줬네요. 같이 보던 콜롬비아에서 온 옆자리 친절한 포닥 카밀로에게 물어보니, "이정도는 괜찮다. 어짜피 Biography에 있잖아" 라고 얘기해주네요. 행정직원도 퇴근해서 없고, 바로 내일이라 그냥 기분좋게 퇴근하기로 합니다.
숙소에 돌아와서 저렴이 즉석피자(1.8 EUR)를 뎁혀먹으려고 하니, 파스타를 한번 먹어보지 않겠느냐는 또다른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아닌 진짜 레알 100% 가정집 파스타를 먹을수 있는 제안, 누가 거절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미 피자 오븐에서 돌고 있는데! 그래서 'Try' 하겠다고 했는데, 1인분을 주셨습니다. 물론 맛있었습니다. 음식 남기고 지옥가면 다 섞어줄까봐 피자 1인분, 파스타 1인분, 도합 2인분을 뱃속으로 꾸겨 넣습니다. (피자도 같이 먹자니깐, 아무도 손도 안대네요. 맛없는 저렴인 줄 알고 그러는듯ㅠ) 생각해보니, 피자랑 파스타는 섞어서 먹어도 괜찮을것 같긴 하네요.
저도 한국요리 대접하고 싶은데, 제가 알기로 피사에는 한국식품을 구할 수 있는곳이 없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인터넷으로 알아보신다고 하는데,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저같은 김치맨은 김치를 먹어야 합니다.
다음날 아침, 여전히 아리엘이 달려듭니다. 예상하고 쿠션을 미리 깔아놓습니다. 발톱, 이제 무섭지 않아요~
일어나서 출근준비하러 가려니깐 아리엘이 계속 따라옵니다. 나란남자... 매력은 어쩔수 없나봅니다.(고양이한테만 적용된다는것이 함정)
출근하기전에 투샷. 막장드라마의 주인공들입니다. 과연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세미나실의 모습입니다. 이곳 세미나실은 한국처럼 길게 앉아서 발표하는것이 아니라, 조그만 원탁에 오손도손 모여서 발표하네요. 발표자료를 하루만에 후다닥 만들었지만, 발표가 나쁘지 않았던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봐줘서 기분이 좋네요. (발표자 도구를 만든사람은 천재야!) 아! 맞다. 연구실 축구팀 입단제의도 받았어요. 아마 다음주 목요일이 데뷔전이 될것 같네요. 외국인 용병을 많이 봐왔는데, 제가 외국인 용병이 되는게 참 재밌네요. 어쨌든, 발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마트에서 할인행사로 파는 코돈블루를 먹었는데, 깜빡하고 사진 안찍었네요. 이제 빵은 질렸습니다. 닥치고 고기가 진리입니다. 고기! 고기! 소화잘되는 고기! 이사하고나선 본격적으로 고기를 쳐묵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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