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 생활기2013. 6. 2. 03:30

6월의 첫째날. 오늘도 아주 괜찮은 아침. 이곳 아침은 정말정말 마음에 든다. 오늘은 초코케잌이 있네! 8월에 다시 이용해야지. 오늘 아침은 고양이에게 습격(?)당해서 팔이 난리가 났다. 애정표현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ㅠ담배2

 

아침의 햇살을 만끽하며,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했다. Ryan Air에서 일하는 독일분이었는데, 비행기에 대해 완전 박학다식했다. 항법시스템과 오토파일럿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비행기에 들어가는 기술들도 꽤나 심오하다고 생각했다. 결국엔 '너나 나나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는 연구를 하고 있지' 하고 씁쓸한 결말. 그러다가 이 아저씨가 재밌는것을 권했다. 위 사진과 같은 새로운 타입의 담배이다.

 

이 담배는 위 사진과 같이 생겼는데, 앞이빨과 입술 사이에 붙여놓으면 니코틴이 공급되는 원리이다. 맛은 별로 없는데, 훅간다. 니코틴이 좀 쎄다. 안그래도 경고하더라 좀 세다고ㅋㅋ 

 

어쨌든, 오늘 급작스럽게 피사에 살고있는 동포 거주민을 만나기로 하였다. 점심식사를 하기로 해서 중심가로 출발~

동포분을 만나,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식당을 찾아 전진한다. 알고보니 동포분은 시에나 대학원 박사과정인데, 연구실이 피사에 있어 피사에 거주중이라고 하셨다.(광교가 생각나노...) 3년정도 하셔야 한단다. 왠지 모르는 동질감... 대학원생은 항상 배고프다.

 

만나기로 한 분이 알아놓은 Piccadilly 라는 식당. 닫았다. Fail.흥4

 

대안으로 찾아놓으신 두번째 식당으로 향한다. 주인이 "안에서 먹을래? 밖에서 먹을래?" 당근 밖으로 결정. 건물 밖 테이블에서 식사하는게 처음이다.

 

메뉴판. 저번에 피제리아에서 메뉴판 안찍어온게 아쉬워서 이번엔 찍어보았다. 내가 고른것은 오른쪽 페이지의 Orecchiette Com Ragui....뭔말이야 샹. 암튼 토마토 베이스의 고기 파스타를 골랐고, 동포님은 Taglierini Al Ragu Di Cinghiale. 역시 뭔말인지 모르나. 파스타다.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는게 중간은 간다. 암튼 파스타다.

 

노상 테이블 인증샷. 얼굴이 왜이리 부었지... 어제 그렇게 고생하고 걸어다녔는데. 물 많이 먹어서 그런듯. 한두달 지나면 얼굴살 다빠질것 같다. 유산소를 시간단위로 하고있다. 걷고 또 걷는다.

 

식전으로 나온 튀김 쪼가리. 안에 아무것도 없다. 그냥 밀가루랑 튀김가루를 튀긴건데, 간이 짭조름하게 잘 되어있어 맛있었다.

 

식전빵. 이 빵은 좀 딱딱하니 그저 그랬는데, 나중에 계산할때 이것때문에 4 EUR 더받더라. 안시켰다고... 4 EUR면 담배가 한갑인데... 

 

내가 시킨 메뉴 동그란 파스타에, 고기와 토마토 소스가 버무려저 있고 치즈 토핑이 올려져있다. 맛은 익숙한 맛이 아니었지만, 먹다보니 중독성있는 맛이 괜찮았다. 

 

동포님께서 시키신거, 사실 저게 더 맛있어 보였다. 살짝 맛을 봤는데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Feat. 이승환) 이 슬픈 예감은 저녁때 다시 돌아오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맛있는 젤라테리아가 있다길래 신나게 발걸음을 옮겨본다. 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구나. 나중에 사러와야지.

 

젤라테리아 도착. 여기 사람많을땐 줄이 꽤 길다고 한다. 오늘은 운좋게 줄이 길지 않아서 금방 주문해서 쳐묵쳐묵했다.

 

내가 시킨 초콜릿과... 음... 아마레나! 이탈리아어로 체리. 젤라또 마이쪙. 포풍흡입.

 

우리는 장풍사진을 찍기위해 피사의 사탑으로 향했다. 동포분도 오신지 5개월이 되셨지만 장풍사진이 없으시단다(ㅠㅠ). 바로 찍어드림ㅋ.

아 그리고 알고보니 동포가 세분정도 더 계신다고 한다. 장풍사진 하나 안찍어주고... 이거 직무유기 아닙니까?ㅋ

어쨌든 사탑에 장풍을 쏴보았다. 내공이 부족했는지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

 

이번엔 사탑을 업어 보았다. 이거 업어가면 나 국가유공자 시켜주나?

 

꿈쩍도 안한다. 니미... 분노의 옆차기로 사탑을 조금 더 기울여 보았다. 이것이 김치국 태권도다!슈퍼맨

 

사탑에서 행패는 충분히 부렸으니, 이제 회개할 시간이다. 작은 성당에 들어가본다.

 

분위기가 장난없다. 동네 성당이 이정도면, 유명한 성당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거야 ㄷㄷ. 스테인드 글라스도 예쁘고. 그냥 뭔가 오오라가 느껴진다. 분위기에 말려 마음속으로 회개했다. 기울인 만큼 지나갈때마다 장풍 쏘고 갈께요ㅠ

 

밖에 나와서 공원을 가보니 모르는 사람의 동상이 있다. 참 유럽인들은 동상을 좋아하는듯. 여기서 흑형들이 장기 비스무리한걸 두던데, 피사의 탑골공원이 여기있다.

 

동포분과는 바이바이 하고, 나온김에 이사를 하게될 College Toniolo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걷는다. 또 걷는다. 오늘도 한 3~4시간은 걸은듯.

 

처음엔 길을 좀 헤맸는데, 이탈리아 미인아가씨와, 귀여운 꼬마어린이들, 지나가던 털보아저씨가 길을 자세히 알려줘서 결국 찾았다!(털보아저씨보단 이탈리안 백누님에게 길을 물어보려 했는데 주변에 털보아저씨밖에 없었다ㅠ) 

건물 생각보다 깔끔하고 좋아보였다. 근데 이사하려니 막막하다. 이거 택시로 옮겨야 할듯ㅠ

 

보고 나오는 길에 PISA 1909 라는 낙서 발견. PISA 1909는 4부리그 팀인데... 누군지 몰라도 진짜 축덕이구나. 근데, 외국인인데 알고있는 나는 뭐지... 심각한 고뇌에 빠져본다.

 

집에 가야지. 피사에는 성벽이 여기저기 있는데, 성벽 내부와 성벽 외부로 그 도시를 나눌 수 있다. 나는 농노니깐 집은 당연히 성벽 외부. 어쨌든 성벽을 나서서 집으로 또 걷는다.

 

지나가다가 포루를 발견했다. 수원화성의 포루들이 생각난다. 정조의 조선과, 사탑이 세워지던 시절 이탈리아랑 붙으면 누가이길까?

 

지나가다가 전투기 발견. 뭔 전투기가 학교 마당에 있어... 저걸로 실습...은 안하겠지.

 

덕중에 덕은 양덕이라. 이탈리아인 덕후매장 발견. 내가 아는것도 몇개 보인다. 아기고양이 치이 너무 좋아ㅋ

 

저녁을 사가야지. 마트서 장보던 도중 아주 멋진음료 발견. 포르자 블루! 에너지드링크. 이거 수원서 공식음료로 쓰면 안됩니까? 딱인데, 수원 관계자 아시는분 연락해주세요. 이거 수입합시다!

 

오늘 저녁식사는 즉석피자. 딴건 모르겠고, 가격이 싸고 뒷면에 한글 있어서 샀다. 한국식품조차 구할수 없는 시골서 한글을 보니 기분이 좋다.

 

저녁으로 먹은 1.99 EUR 짜리 즉석피자 마이쩡!요리

마지막으로 조금전에 찾아온 그 슬픈예감. 생각보다 지출이 많다. 담배 포함 하루에 20유로는 드는듯... 아껴 쓰는데도 말야... 구국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일단 담배를 끊기로 마음먹어본다. 하루 20유로로 계산하면 돈이 조금 모자른다. 생활비 외에 예상치 못한 지출도 생길수 있으니 더

줄어야 한다. 가난과의 사투 시작! 살아남자. 생존! 생존!

Posted by 알파노이드